캠프파이어를 만들게 된 이유

Lein
2023-05-23

2023년, 

투자한 스프링캠프 패밀리들로부터 전화가 자주 온다.


“검토하던 VC가 결국 드랍한다고 합니다..”

“벌써 라운드를 시작한지 3개월이 넘어가는데 아직 리드 투자자를 못 찾고 있습니다” 

“런웨이를 늘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구조 조정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언제부터인가 패밀리 대표님들의 이름이 화면에 뜨면 무슨 일일지 걱정부터 하게 되었고, 많은 대표님들이 심적으로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며 어느 순간 나 역시도 힘들어하고 있었다. 어떻게 잘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익숙했지만, 어떻게 시장의 어려움에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익숙치 않은,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무언가였다. 


그러던 3월의 어느 날, 

캠프파이어 메일로 언제 다시 캠프파이어가 시작되는지에 대해 누군가가 물어봤다.

최근에 겪은 경험들이 반영된 새로운 캠프파이어를 만들고 싶어졌다.


큰 꿈을 가지고 달려가는 사람들이라면 어려운 순간들이 오더라도 언젠가는 이뤄낼 것임을 믿기에,

사업 초기부터 어려운 순간들을 이겨낼 수 있는 ‘경험’과 ‘기억’들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었다. 


‘깨질 준비, 캠프파이어’의 시작이다. 


———

돌이켜보면 나의 VC 생활의 시작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함께였다. 

2014년 여름, 현 스프링캠프의 대표이자 당시 최인규 변리사님이 스타트업을 하고 있던 내게 찾아와서 물어봤다. 


“재밌는거 같이 만들지 않을래요?”


그렇게 Be the Rocket이라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게 되었다. 

당시 스타트업을 하고 있던 나는 정부지원사업을 하고 있었고, 지원금으로 밥 한끼를 먹기 위해 3개의 문서를 제출해야하는 상황이 싫었다.


‘열심히 집중할 시간도 모자란데… 프로덕트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프로그램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닐까’


비더로켓은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초기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는 자금, 사무실, 밥, 심지어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오피스텔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강력한 지원이 있는 만큼 매 마일스톤 점검 때마다 한팀씩 탈락하게 되는 서바이벌 형식을 갖추었다.


스타트업이라면 고속 성장을 추구해야하고 경쟁에서 오는 치열함이 집중도를 올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는 어느정도 맞았다고 생각한다. 액셀러레이팅의 본질은 ‘프로덕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며 어차피 스스로 학습하는 스타트업들의 특성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외에는 성장을 느리게 하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비더로켓 Season 1의 참가팀이 현재의 수아랩, 헤이딜러, 앵커리어(자소설닷컴) 등이다. 


———

시장 상황이 안좋아진 지금, 본질에 대한 생각은 다르지 않지만 조금 다른 관점으로 생각을 해봤다.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미친듯이 달려보는 경험 외에도 멀리 뛸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도 필요하다.


특히 창업가들이 회사와 본인을 동일시 하며 달려나가는 사람들이기에, 자기 자신을 챙기는 것의 우선 순위는 낮을 수 밖에 없다. 자신을 챙기지 않으면서 달려나가다 보면 지칠 수 밖에 없다. 옆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투자자인 나도 지치는데, 본인들은 10배, 100배는 더 힘들지 않을까. 


———

창업가들은 새로운 시작을 할 때의 설레임으로 시장에 뛰어들기에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기에 창업 초기에 누군가는 언젠가 큰 어려움은 필연적으로 다가올 것이고, 그 때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강제적으로라도. 


캠프파이어는 그런 프로그램이었으면 한다. 


2024년쯤 혹은 2025년이어도 좋다. 

캠프파이어 시즌 7에 참여했던 팀들에게 이런 전화가 왔으면 좋겠다. 


“레인님, 스타트업 하는거 죽을만큼 힘드네요. 그래도 캠프파이어에서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길 잘했어요. 아님 진짜 죽었을지도!”

“드디어 시장의 반응이 오는 것 같아요. 길고 긴 터널의 끝이 어딘진 모르겠지만 저 멀리 빛이 보이긴 하네요” 


———

많은 사람들이 VC를 하면서 즐거운 순간들이 언제인지에 대해 묻는다. 내가 VC에서 일하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들로

- 패밀리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한 단계 나아가는 순간들(가장 먼저 그 연락을 받게 될 때)

- 사업초기의 고민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해결해냈을 때 

이 2가지를 얘기했었다. 


이번 캠프파이어를 시작으로, ‘깨질 준비가 되어있는 팀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를 추가할 예정이다.